어제부터 참여연대에서 하는 강좌를 듣게 되었습니다. ^^ 지역모임에서 마을공동체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평소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필요를 가지고 있던터라, 개인적으로나 실무자로서나 공동체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고 또 도시에서는 어떤 마을공동체들이 만들어지고 있을까 궁금하던 차에 참여연대 강좌 소식을 듣고 수강하게 되었어요... 총 6회의 강좌인데, 오랜만에 수강생 입장에서 다른 단체에 가 강의를 들으니 기분이 새로웠습니다. (첫날이라 자기소개도 시키던데, 저도 열심히 소개했습니다~ㅋㅋ)
좋은 강좌를 듣고 와서 혼자만 감상을 끄적이기 아까워, 강의 요약과 더불어 저의 소감을 적어봅니다. ^^
어린 시절 마을에 대한 기억
모인 사람들의 강의 신청 이유를 들어보니, 대부분이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을 두려워 하면서도 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제목에서 ‘두려움’이라는 부분에 이끌려 나왔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모인 수강생들 중에서 공동체에 대한 긍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나온 분이 한 분 계셨는데, 머리가 새하얀 70대 어르신이었습니다. 어르신은 열 살 때의 기억을 더듬어 일사후퇴 당시의 가족 이야기를 나누어주셨습니다. 일사후퇴를 하면서 세 가족이 피난을 떠나 낯선 마을로 들어갔는데, 30가구 정도 되는 그 마을 사람들이 서로 없는 형편에서도 피난 온 세 가족을 굶기지 않고 먹여주고 재워주며 살려주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곳을 나와 다시 피난을 떠나면서도, 어느 아줌마의 도움으로 추운 겨울에 밥을 얻어먹고 배웅까지 받으며 얼어죽지 않고 떠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시면서, 그때의 그런 공동체적인 마을이 그리워서 조만간 귀촌해서 공동체를 이루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미리 귀촌할 곳을 찾아 답사를 해봤는데, 그 시절의 마을과 지금의 마을은 많이 달라진거 같다는 이야기를 덧붙이셨습니다. 이 어르신 외에는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마을을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30-40대 수강생들이 대부분이라, 공동체의 필요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과거 가족공동체로부터 받은 상처와 더불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는 고백들을 나누었습니다.
아기에게도 관계의 본능이
첫 강의에서부터 공동체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보다는 두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시작되었는데도, 강사로 오신 김찬호 교수님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공동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론적인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놓으셨습니다. 인간은 본디 관계맺기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인정의 욕구를 채우며 생명을 이어가는 존재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동물과의 차이를 설명해주셨습니다. 동물은 먹이, 짝, 서식지, 이 세가지에만 가치를 두지만, 인간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가장 중요시하고, 그래서 인간은 인정을 얻기 위한 투쟁에 나선다는 것이다. 성적을 잘 받고 싶고,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싶은 이 모든 것이 인정받기 위해서입니다. 하물며 갓난아기도 인정받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을 한다고 합니다. 가끔 아기들이 먹던 것을 엄마 입에도 넣어주는 이유는 엄마와 맛있는 것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고 한다. 동물 새끼들은 어미에게 받아먹기만 하지 어미를 먹이는 일이 없답니다. 그리고 동물들은 서로 눈을 지긋이 바라보지 않는단다. 그런데 인간은 정보처리가 아니라 감정을 나누고 마음을 이어가기 위해서, 상대방의 눈을 지긋이 바라볼 때가 얼마나 많은가요. 부모 자녀 사이에, 연인 사이에, 부부 사이에, 친구 사이에 말입니다. 인간의 공감능력은 동물과 비교가 안됩니다. 이 말은 다르게 말하면, 인간은 타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무연(無緣)사회 속의 나
그런데 인정의 욕구, 관계의 욕구를 가진 인간이 근대 산업화 이후에 큰 변화에 처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강사는 일본의 예를 들어주었다. 세계에서 인간관계가 가장 많이 끊긴 나라로 평가되고 있는 일본에서는 하루에 80여명이 ‘무연고’로 죽는다고 합니다. 아무런 연고가 없어서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죽는 것 조차 알지 못해 시체가 썩어가도록 주변에서 모르는 경우들이 생기는, 근대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발명된 도구가 독신가구에 센서 전등을 다는 것인데,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불이 켜지는 센서등을 달고, 이틀이상 불이 켜지지 않으면 경비업체에서 출동해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을 한다고 합니다.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없어서 이렇게밖에 생사 확인을 할 수가 없다구요.
강의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동체가 필요하지 않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지금 도시에서 만들어지는 마을은 일사후퇴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70대 어르신이 추억하는 마을의 형태과는 분명 다를테지만, 공동체가 사람에게 주는 유익은 변함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태어나면서 죽는 순간까지도 사람은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그것은 나를 물질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돌보아주는 사람이기도 하고, 나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사람이기도 하고,나를 가르치고 일으키는 스승이기도 하고, 경쟁사회 속에서 안식처가 되어주는 사람이기도 할 것입니다. 개인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상처받을까봐 두려워 공동체를 이루는데 주저하는 이들은, 사실 현재 공동체를 이루어 살지 못함으로 인해 받는 상처와 관계의 목마름도 그에 못지 않게 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하루에 몇 분, 몇 명과 눈을 지긋이 바라보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족과 떨어져 살다보니 가장 오랜 시간, 자주 만나는 사람들은 직장 사람들인데, 직장에서 눈을 지긋이 마주하고 마음을 이어가며 일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한 사람의 부모보다 열 사람의 부모가 낫다
그리고 지금의 학부모 문화와 우리 단체의 지역모임을 돌아봅니다. 정보를 얻기 위한 모임은 많을 수 있지만, 진정으로 내 고민을 나누고 삶의 성장을 돕고 경쟁하지 않고 아이를 함께 키우고자 하는 이웃과 모임은 얼마나 될까요. 입시 경쟁, 학원 경쟁, 정보 경쟁을 하며 서로 눈치보고 눈치주며 눈앞의 것에 급급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입니다.
한 사람이 한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열 사람이 열 아이를 키우는 것이 훨씬 쉽다고 합니다. 이 말에는 단순히 먹는 문제, 노는 문제를 두고 하는 것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가진 가치관, 지식, 능력으로 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그 한 사람이 가진 재산 안에 갇힐 위험이 있지만, 열 사람이 돌보는 아이는 열 사람의 재산 안에서 훨씬 더 풍성하고 깊이 있게 자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공동체의 실제적인 삶으로 들어갔을 때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과 문제들이 있겠지만, 인간의 본성이 타인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존재라고 하니, 그 자연의 순리를 따라서 두려움을 감수하고서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것은 최첨단을 달리는 지금 사회에서도 어느 신기한 기술이나 도구보다도 여전히 더 중요한 삶의 필수조건일 것입니다. 물론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현재 지역모임이 공동체의 완전한 조건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뜻을 모으고 자녀 교육에 있어 서로 도움을 구하고-돕고자 한다는 점에서 공동체를 필요로 하는 인간의 본성이 조금이라도 담겨 있는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그러니, 공동체를 꿈꾸는 분, 아직 시도하지 못하고 있고 시도해볼 이웃을 찾지 못한 분들은, 지금 이곳,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지역모임에서부터 조금씩 시작해보세요. 비록 대단한 누군가가 끌어주거나 비밀스런 고급정보를 주고 받지 않지만, 다른 곳에서는 나눌 수 없는 고민들을 나누고 서로 위로하고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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